The Arrest of S. "Albert" Cyclamen
* 마법부 장관의 취임식 파티에서 장관이 암살당한 AU
마법부 장관의 취임식 파티는 피와 비명으로 끝났다. 싱클레어 시클라멘은 인파에 섞여 다락방으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은 서류를 불태우는 것이었다. 마법은 몹시 편리하긴 하지만 흔적을 남긴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론 머글의 방식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붉게 날름거리는 화염 사이에서 종이는 구겨지고 우그러지더니 마침내 잿더미로 무너졌다. '레파로' 마법으로도 수복이 불가능할 때까지. 그 과정을 침착하게 지켜본 뒤, 싱클레어는 몸을 돌렸다. 마침 화로에 얹어두었던 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한 참이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여유를 부릴 정도는 되었다. 누군가는 마법부 장관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했다. 최소한 저들은 한 명을 잡아다 죗값을 물게 할 것이다. 그는 불사조 기사단의 명단을 머릿속에서 찬찬히 훑어보았고 결론을 내렸다. ('콘프링고' 주문이 마법부 장관의 머리통을 스물아홉 조각으로 터뜨리는 순간 정한 내용이었으나, 재검토는 언제나 훌륭한 절차였으니.)
"나만큼 고통을 무리없이 견딜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찻잎 위로 뜨거운 물을 부으며, 그는 별달리 청자 없는 말을 허공에 뇌까렸다. 반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향기로운 물을 입안 가득 머금고, 한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린 그의 입가에 느긋한 미소가 퍼졌다.
"그들이 날 단념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 거야. 그걸 위해 오늘 파티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으니 말이지. 메리 우드워드는 내가 10년간 정체를 숨기고 지냈다는 사실을 알아. 맬리셔스 밀스톤은 내가 자신을 염탐했다는 걸 알게 됐고, 이안 플로이드는 제 물건을 빼돌린 게 나라는 걸 알지. 그 밖에도... 여하튼. 날 잡아간 자들은 생각할 거야. 이 녀석만 입을 열게 하면 뭐라도 나온다."
그 기대를 저버리게 되어서 애석할 따름이네. 중얼거린 그는 흑단나무 지팡이를 꺼내든다. 10년간 머문 다락방에 정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는 애착을 쌓는 동시에 저버리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들이닥칠 조사관들은 이곳을 무참하게 짓밟아 놓을 것이다.
보자. 디론스 나드반과 주고받은 편지는 태웠고. 비앙카 블룸이 의뢰한 사람들의 신상정보는 진작에 없애놨다. 서류 조작에 사용한 물건들은 파괴되었다. 이 방은 이제 한 마법사가 머문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증거는 더이상 없으리라.
다만.
"가장 위험하고 핵심적인 증거가 남았지."
내킬 리가. 그에게도 중요한 사람들은 있었다. 10년간 완전한 타인으로 살아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개중에선 싱클레어 본인의 노력으로 실낱같이 이어져오던 관계도 있었다. 그는 잠시 라이 휫룩을 위하여 애도한다. 그러나 언제나 전체는 개인보다 중요했다.
그 개인이 싱클레어 본인의 바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러 쌍의 무거운 구두가 낡은 목재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에, 그는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호흡을 차분하게 골랐다. 지팡이를 쥔 손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마 정중앙을 지팡이로 겨누고 기다렸다. 몇 초, 혹은 몇 분을.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문 아주 가까이에서 나직한 욕설과 툴툴거림이 들렸다. 그리고:
"싱클레어 알버트 시클라멘, 당신은 마법부 장관의 살해 혐의로 체포된다!"
쾅-!
사내가 목청껏 외치는 동시에 문짝의 경첩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떨어져 나갔다. 싱클레어는 보란듯이 상대와 눈을 맞췄다. 경악에 부릅뜬 두 눈은 그에게 일말의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이 지팡이의 끝에 맺히는 빛도. 그의 뒤를 이어 과업을 완수해줄 이들 역시. 불사조의 명맥은 끊어지는 법이 없으니까. 운이 좋다면 자신 또한 구출되어 전장에 합류하게 되리라. 그는 동료들을 믿었으나 또한 그들이 자신을 구출하는 데 지나친 자원을 소모하지 않길 바랐다.
누군가 미처 만류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오블리비아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