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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 시클라멘은 유서프라는 소년을 발견하고 생각한다.

 

나는 저 애랑 친구가 되어야겠어.

 

그의 나이 열한 살의 일이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믿음이었고, 충동보다는 소명에 가까웠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유서프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 없다. 단 한 번도. 그가 제아무리 자신을 밀어내고, 거북해하고, 모진 말로써 선을 긋는다 한들 기묘한 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명백하겠지. 그렇게 소년은 바보처럼 당신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기억이 돌아오자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을? 모든 것을.

 

청년은 당신의 낯을 바라본다. 평소와 다르게 시니컬하거나 가벼운 태도는 간데 없다. 되려 머리를 긁적이고, 신발코로 바닥을 차고... 주저하며 말을 길게 늘어놓는 당신을 보자, 염려와 함께 미소가 올라온다. 당신은 역시 너무 무르다. 그간의 모진 말들은 대부분 저를 밀어내기 위함이었으리라. 막상 떠날 때가 되자 이렇게 서툴어지다니. 이래서야 꼭 저에게 미안해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마음이 되려 차분해져서, 그는 유서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그의 과거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으로 집 밖에 나가 다이애건 앨리에서 즐거움을 느끼던 아이. 어릴 때부터 미국 상위 대학에 갈 생각으로 미술도 음악도 익히던 아이. 너무나 뛰어나고 약간은 메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퇴를 택한 작은 천재. 잠시간의 여흥 삼아 들린 마법 사회에서, 부모의 바람을 그림처럼 담아낸 '아이먼 클라이브 휫룩'을 연기했지만, 때론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는 마법 모자의 일갈과 함께 부정당한 순간.

 

길다면 긴 그 이야기 속에서 싱클레어 시클라멘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야, 페이지 속의 등장인물은 책 밖의 인간과 같은 눈높이를 가질 순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연처럼 꽤나 오랜 기간을 함께했다.

 

당신을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당신의 괴로움을 알아 걱정했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결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나는 더이상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싱클레어는 친애가 담긴 눈으로 당신을 보다 곧이어 시선을 내린다. 당신의 손 끝에는 작은 아이의 손가락이 있다. 언젠가 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알고 이따금 웃어줄 수 있다면 욕심일까.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를 아꼈단다. 내가 가장 걱정한 사람을 네가 구해줬고, 그건 그의 부모님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른이 된 소년은 비로소 발을 떼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다.

 

헬멧은 팔과 몸통 사이에 끼워진 채다. 주머니에 두 손을 밀어넣은 채 살짝 흔들거리며 서 있다가, 고개를 젖히고 엷은 미소를 띄운다.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를 헝클여뜨리고 지나간다. 미련은 없다. 그는 이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듯한 기분으로 입을 연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미지근하다.

 

"말이 길어졌어, 유서프. 이야기해준 건 고맙지만 괜히 미안해하진 않아도 돼."

 

당신이 이 세상에 속할 수 없던 이유는 부모님을 향한 맹목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과 세상의 관계 문제다.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세상의 일부로 편입된다. 세상보다 큰 인간은 없다. 그럼에도 당신은 세상을 선택의 대상으로 보았다. 자신을 이룰 부품으로 세계를 골라 가졌다. 마치 책장에서 책을 빼내듯, 스크린에서 게임을 클릭하듯이. 그것이 모든 차이를 만들었다. 다만 당신은 나를 실로 아꼈다.

 

작은 독자여.

 

나는 잘 살 거야. 게임기가 꺼진 뒤에도 검은 화면 속에서 작은 세계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을 거고, 3년이 지나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은 행복할 거야. 그러니까 뒤를 돌아보지 마.

 

이제 페이지에서 내려가야지.

 

CM. ta_coms

 

 

 

질문 하나.

결말에 도달한 등장인물은 여전히 이야기에 귀속된 존재인가?

질문 둘.

화면이 꺼져있는 동안 게임 속 등장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질문 셋.

O OOOO OOO OOOO?

 

 

 

 

True En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