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트 노블, 너는 이상한 아이야. 욕심이 많으면서 체념할 줄 알아. 못되면서 상냥해. 못생기면서 예뻐. 그런 너를 보고있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알아?
사랑도 우정도 무엇 하나 동화처럼 예쁜 이야기는 되지 못한다. 연약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의지해 강하고 성숙해지는 경우만 세상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서로를 상처입히고, 불안하게 만들고, 방황하게 하는 관계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인간이니까. 불완전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나는 나의 존재로 인해 고모와 고모부가 한층 험난한 인생을 살았다고 확신한다.
지금도 봐. 너는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지? 이것만 얘기해 줄게.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세상 그 누구라 해도 널 놓고 갈 수 없을 거라고.
날 위해 날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를 놓아준다면 그야말로 천하의 바보 아닌가.
내 인생은 부정의 연속이었다. 아주 어릴 적에 나는 내가 공주라 믿었다. 바로 다음 해에 어느 슬리데린 학생이 친절하게 그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뭐라고 했더라. 혈통도 더러운데다 못생긴 슬리데린의 수치라고 했었나? 걔가 코뼈가 박살난 채 우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 2학년 때까진 내가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적표에 빼곡히 적힌 P들이 합격 Pass 의 줄임말이 아니라는 걸 아는 데 걸린 시간이 3년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열다섯의 나는 새파란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인생은 틀림없이 즐거운 일들로 가득 차있을 거라고. 이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지. 그래도 말이야, 너희를 질투하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 말을 듣고 있으니 아니었다 싶어.
나는 네가 대단한 아버지를 두어서, 내심 상냥한 마음씨의 소유자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있고 그걸 해낼 능력도 있어서 질투한 게 아니었어. 네가 예뻐 보여서 미운 게 아니었어! 내 속이 끓고 애가 타는 이유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어." 갈라진 입술이 달싹인다. "성격 나쁜 모습도, 멍청한 모습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집에서 빈둥대는 모습도, ... 아직은 말해줄 준비가 되지 않은 많은 것들도. 너만 밑바닥이 있는 게 아니잖아. 네 눈에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괜히 널 보면 짜증부터 났던 거야."
백 번 괜찮다고 이야기해줘도 백 한 번 의심하는 게 나라는 인간이라면.
"쥬디, 우린 너무 이기적이고 의심 많은 인간이라 서로에게 상처줄 수밖에 없나봐. 그것보다 최악인 게 있다면 솔직하다는 거겠지. 상대방을 붙잡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잖아."
손을 깨물릴 걸 알면서도 가시가 삐죽삐죽한 고슴도치를 욕심껏 붙잡는 게 너라는 인간이라.
"그러니까, 그래!"
우린 서로를 힘들게 하도록 설계되었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아닌 절반이 되어버리고 말게 만들어졌다. 오늘 밤도 그 내일 밤도.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난 철모르는 공주거든. 내 안에서 잊었다고 생각한 오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과 손을 깍지껴 맞잡는다. "괴로움을 감수하고서 널 사랑하는 일 따윈 없어. 너는 내 괴로움조차 알지 못할 테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게. 그래서 이 질투도 날 좀먹는 자격지심도 다시는, 네게... ..."
CM. MiniS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