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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to Animo Animato Animagus

이를 닦던 소년의 입에서 맨드레이크 잎이 툭 떨어진다. 소년은 이파리를 멀거니 바라본다. 이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스러운 탄식을 흘린다.

 

"아이, 씨.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Cain CANIS Neales - 번외의 이야기

 

 

 

"저는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지능이 누구보다 좋은 것도, 비행술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마법에 월등한 성취를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드리건대... 나는 누구에게도 정의감만큼은 질 자신이 없습니다. 틀린 것에 반항하고, 옳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마음만큼은 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공약을 말한 뒤 나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당선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꽤나 들떴는지 상기된 기색의 두 뺨을 바라보며, 심란함을 잎사귀처럼 입 안에서 짓씹었을 뿐이다. 그 말은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다. 그래서 당신을 반장으로 뽑은 그리핀도르 녀석들을 내심 원망하기도 했으나 그게 엉뚱한 방향의 화풀이라는 것쯤은 안다. 

 

저는 그리핀도르의 정의가 되어 반장 자리에 서겠습니다. 지혜와 이타심을 가진 정의가 되어 그리핀도르를 올바른 길로 끌어내겠습니다. 그리핀도르라는 이름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다. 때로 나는 그게 견딜 수 없이 힘들어.

 

나는 말이지, 가브리엘. 정의감이랄 게 없어. 별명이 괜히 번견이었을까. 시야 바깥의 적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내 영역 안의 사람만 안전하다면 그만이야. 그래서 만일 우리가 열한 살이던 때에 내가 네 자리에 있었고 열차칸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게 너였다면, 나는 너더러 다른 칸을 찾아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내게 있을 자리를 주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곤란한 처지가 될 뻔했을 땐, 초면인 나를 네 친구라 선언함으로써 시몬과 나의 충돌을 막았지. 그런 점에서 너는 배려심이 깊은 동시에 현명하다. 나는 그 점을 마음 깊이 동경했어.

 

하지만 그 정의감이 널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

 

보가트 수업.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그 지옥도 앞에서. 너는 지팡이를 들고 앞을 향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독에 맞아 거꾸러졌지만 너는 후회하는 기색도, 두려워 보이지도 않았어. 기억하나? 병동에서 깨어났을 때. 네가 한 말은, "그래도 난 도망치지 않아. 그거면 됐어" 였다. 그러면 나는? 네 뒤에서, 네가 무력하게 쓰러지는 걸 보기만 해야 하는 내 기분은 생각 안 해? 너만 도망치지 않으면 다인가?

 

아마 이제 나의 보가트는 너일 테지.

 

네가 정말로 그리핀도르의 반장이 된 이상 너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위기가 닥쳐오면 또다시 가장 앞에 서서 일 초라도 더 재앙을 막아내고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려 할 것이다. 어떤 '사람'도 너보다 앞에 있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찌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너를 지킬 수 있을까... ... 생각했다.

 

어떤 '사람'도 너보다 앞에 있게 두지 않는다면.

 

나는 사람이 아니면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네가 모르게 하면 돼.

 

자, 다시 한 번. 몇 달, 몇 년이 걸려서라도. 중도에 실패하면 다시금 신중하게. 실패는 허용되지 않는다. 집중이 깨지게 두진 않겠어. 지팡이를 들고, 중얼거린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기 위해서.

 

 

"아마토, 애니모, 애니마토, 애니마구스."

 

 

열일곱 살의 여름. 케인 '카니스' 닐스는 서툴게나마 최초의 변신에 성공한다.

 

 

 

- 있지, 비비안. 전에 네가 말한 것 있잖아. 네가 네 시에 오면 세 시부터 뭘 할 거냐고... 그거 생각해 봤는데.

- 그래. 생각해봤는데?...

- 잘 모르겠더라고. 근데 네가 네 시에 떠나면 세 시부터 우울할 것 같다. 그러니까 몸조심 좀 하고 살아.

- 하하. 나한테도 물어봐. 그 질문.

- ...내가 네 시에 오면 넌 세 시부터 뭘 할 건데?

- 똑같아. 기대해야지... 네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